4년 중임·연임 개헌 놓고 공방…현행 헌법은 현직 적용 제한
이재명 대통령의 ‘연임 불출마’ 여부를 놓고 정치권 공방이 다시 커지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 대통령이 연임하지 않겠다는 선언 요구를 ‘도둑질을 하지 않겠다고 굳이 말하라는 것과 같다’는 취지로 받아친 데 대해 “도둑질이라는 건 인정하면서도 안 하겠다는 말은 끝내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논란은 지난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시민사회 초청 간담회에서 시작됐다. 당시 한 참석자가 이 대통령에게 개헌 논란을 줄이기 위해 “연임하지 않겠다고 좀 더 명시적으로 이야기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취지로 물었고, 이 대통령은 “도둑질은 안 하겠다고 하라고 하는 것과 같은데 그런 말을 굳이 해야 하나”라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발언은 청와대 공식 서면 브리핑에는 포함되지 않았고, 간담회 참석자 등을 통한 언론 보도로 전해졌다.
이에 장 대표는 5일 자신의 SNS에서 이 대통령의 말을 강하게 문제 삼았다. 그는 “연임이 도둑질이라는 건 인정하는 모양”이라며 “그런데도 ‘안 하겠다’는 말은 끝내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대통령에게 “연임은 없다. 재판받겠다. 이 한마디가 그렇게 어렵냐”고 물었다. 여기서 ‘도둑질을 인정했다’는 표현은 이 대통령이 실제 연임을 도둑질이라고 인정했다는 뜻이 아니라, 이 대통령의 비유를 장 대표가 정치적으로 되받아친 표현이다.
이 문제가 계속되는 이유는 이 대통령이 개헌을 통해 대통령제를 ‘4년 연임 또는 중임제’로 바꾸자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2025년 대선 당시 대통령 임기를 현행 5년 단임제에서 4년 연임제로 바꿔 국민이 대통령을 중간평가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올해 8월에도 “대통령 임기는 4년 중임 또는 4년 연임제로 변경해야 한다”면서 필요하다면 자신의 임기를 줄이는 방안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밝혔다.
야당의 의심은 지난 7월 조정식 국회의장의 발언으로 더 커졌다. 조 의장은 현직 대통령의 연임 문제를 묻는 질문에 “결국 주권자인 국민 여론과 국민 선택의 문제”라는 취지로 답했다. 국민의힘은 이를 두고 이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을 열어놓으려는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논란이 커지자 조 의장은 다음 날 “현직 대통령의 연임은 개헌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법적으로는 현행 헌법에 중요한 안전장치가 있다. 헌법 제70조는 대통령 임기를 5년으로 하고 중임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또 제128조 2항은 대통령 임기 연장이나 중임 변경을 위한 개헌은 ‘개헌안이 제안될 당시 대통령’에게 효력이 없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이 조항을 그대로 둔 채 4년 중임·연임제로 개헌한다면 이 대통령이 새 제도를 이용해 다시 출마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이 계속 “연임하지 않겠다고 직접 선언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법적인 문제보다는 정치적 불신을 부각하려는 성격이 강하다. 장 대표는 지난 4월에도 이 대통령에게 개헌을 논의하기에 앞서 “중임 또는 연임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국민께 선제적으로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당시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고 국민의힘은 밝혔다. 이후 조 국회의장의 발언과 이 대통령의 ‘4년 중임 또는 연임’ 언급이 이어지면서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결국 이번 ‘도둑질’ 공방의 핵심은 당장 이 대통령이 법적으로 연임할 수 있느냐보다, 왜 이 대통령이 “나는 다시 출마하지 않겠다”는 말을 명확하게 하지 않느냐는 야당의 문제 제기에 있다. 이 대통령 측에서는 현행 헌법상 자신에게 새 중임·연임제가 적용되지 않는 만큼 굳이 하지 않을 일을 부인할 이유가 없다는 취지인 반면, 국민의힘은 명확한 선언이 없다는 점 자체를 의심의 근거로 삼고 있다. 개헌 논의가 본격화할수록 ‘4년 중임·연임제’를 차기 대통령부터 적용할 것인지와 현행 헌법 제128조 2항을 어떻게 다룰지가 정치권의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