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V 구미점은 상영 중단, 싱가포르영화제는 개막작 유지
정치권·유족 반발에 제작진 반박…관람평 조작 의혹도 수사 의뢰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룬 영화 ‘암살자(들)’ 논란이 국정감사와 국내외 상영 문제로 번졌다. 지난달 23일 개봉한 허진호 감독의 작품을 두고 역사를 왜곡했다는 비판과 창작의 자유를 지켜야 한다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배우 신변보호와 관람평 조작 의혹 수사 의뢰까지 이어지면서 갈등이 커지는 모습이다.
영화는 1974년 8월 15일 사건을 가상의 형사와 기자가 추적하는 이야기다. 당시 정부는 문세광이 북한 지령으로 범행했다고 발표했지만, 영화는 총성과 탄환 수에 의문을 제기하며 중앙정보부 등의 개입 가능성을 다룬다. 비판하는 쪽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배후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제작진은 특정인을 배후로 확정하거나 영화 속 가설을 역사적 사실로 제시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은 사과와 상영 중단을 요구했고, 제작진에 대한 명예훼손 고발도 접수됐다. 7일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은 제작진을 국회로 불러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민주당과 문체위원장의 반대로 무산됐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창작의 자유를 강조하며 역사 왜곡 여부는 국민과 관객이 판단할 문제라고 밝혔다.
상영을 둘러싼 움직임도 엇갈렸다. CGV 구미점은 6일부터 영화를 상영하지 않고 있다. CGV는 본사가 아닌 해당 위탁 운영 극장이 자체적으로 결정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싱가포르국제영화제는 7일 국민의힘의 철회 요구에도 개막작 선정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영화제는 작품의 예술성을 보고 독립적으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논란은 배우 개인에게도 향했다. 유해진 자택 앞 집회가 이어지자 경찰은 6일 소속사 요청으로 스마트워치를 지급하고 주거지 순찰 등 보호 조치에 나섰다. 제작사는 안전 문제로 부산국제영화제 무대인사 등을 취소했다. 한국영화감독조합 등은 작품 비판은 존중하지만 배우의 일상과 생업을 공격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광고 계약을 끝내라는 요구를 받은 버거킹은 유해진 광고가 지난달 30일 예정대로 종료됐으며 영화 논란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제작비와 온라인 평가, 홍보물도 논란이 됐다.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는 중국 자본이 들어왔다는 의혹에 국내 자본으로 기획·제작했다고 반박했다. 네이버는 관람평과 공감 수가 중복 표시된 오류를 고쳤다. 이와 별도로 자동 프로그램을 이용한 비정상적인 평가 활동을 확인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누가 관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메가박스는 피격 사건 현장 이미지에 총탄 자국을 겹친 기념 티켓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에 사과하고 남은 물량을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영화는 6일까지 관객 246만여 명을 모았고 사흘 연속 일일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다만 이 수치만으로 논란이 흥행에 도움이 됐는지는 알 수 없다. 영화를 본 학생들이 내용을 실제 역사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우려도 7일 국감에서 나왔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학교의 관람에 일일이 간섭하기는 어렵지만, 학생들이 역사적 사실과 영화의 허구를 구분하도록 돕는 교육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