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원수를 찾아 카르텔 조직원 10여 명 체포 이끌어…끝내 ‘어머니의 날’ 보복 총격에 스러진 57세 엄마
멕시코 최악의 마약 카르텔에 홀로 맞선 한 어머니의 실화가 전 세계에 깊은 울림을 남기고 있다. 주인공은 미리엄 로드리게스 마르티네스(1960~2017). 평범한 여성이었던 그는 딸을 잃은 뒤 직접 범죄 조직을 추적하는 수사관이 됐다. 가발과 가짜 신분증으로 신분을 숨기고 목숨을 건 추적을 이어간 끝에 조직원 10여 명의 체포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그의 마지막은 비극이었다.

모든 것은 2012년 멕시코 타마울리파스주 산페르난도에서 시작됐다. 당시 14세였던 딸 카렌이 악명 높은 마약 카르텔 ‘로스 제타스(Los Zetas)’ 조직원들에게 납치된 것이다. 미리엄은 딸을 찾기 위해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수사는 좀처럼 진전되지 않았다. 결국 2014년 딸의 유해가 집단 매장지에서 발견됐다. 절망에 빠진 어머니는 국가가 해결하지 못한 사건을 직접 파헤치기로 결심했다.
그의 추적 방식은 첩보영화를 방불케 했다. 머리카락을 자르거나 염색하고, 가발과 가짜 신분증으로 외모와 신분을 바꿨다. 때로는 보건소 직원으로, 때로는 여론조사원이나 선거 관계자로 위장해 용의자 가족들에게 접근했다. 상대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며 이름과 주소, 행적을 알아냈다. 상대는 잔혹하기로 악명 높은 마약 카르텔이었다.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수년에 걸친 집요한 추적은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냈다. 미리엄은 멕시코 곳곳을 돌아다니며 딸의 납치와 살해에 연루된 인물들의 정보를 수집했다. 그렇게 확보한 단서를 수사기관에 전달했고, 결국 조직원 10여 명이 체포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경찰도 해결하지 못했던 사건을 평범한 어머니의 끈질긴 추적이 움직인 것이다. 그의 이름은 멕시코 전역에 알려졌지만, 그만큼 범죄 조직의 보복 위험도 커졌다.
미리엄의 싸움은 딸의 사건에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자신처럼 가족을 잃고도 제대로 된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 실종자 가족 단체를 조직하고 약 600가족이 참여하는 연대 활동을 이끌며 실종자 수색과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개인의 슬픔에서 출발한 싸움이 국가의 무능과 범죄 조직의 폭력에 맞서는 인권운동으로 확대된 것이다. 하지만 그를 지켜줄 안전망은 여전히 부족했다.
비극은 2017년 찾아왔다. 그해 3월 타마울리파스주의 한 교도소에서 대규모 탈옥 사건이 발생했고, 탈옥자 가운데 딸의 사건에 연루된 인물들도 포함돼 있었다. 미리엄은 보복을 우려해 당국에 신변 보호를 요청했지만 끝내 목숨을 지키지 못했다. 2017년 5월 10일, 멕시코의 ‘어머니의 날’에 무장 괴한들이 그의 집을 습격했다. 미리엄은 총격을 당해 5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현지 언론은 탈옥한 관련자들이 살해에 연루됐다고 보도했다.
그의 죽음은 멕시코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국제 인권단체와 실종자 가족들은 범죄 조직의 폭력뿐 아니라 시민을 보호하지 못한 국가의 책임을 강하게 비판했다. 미리엄은 딸을 되찾지 못했고, 자신이 추적한 범죄자들의 보복 위험에서 끝내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그의 이야기는 지금도 한 가지 질문을 남긴다. 딸을 잃은 어머니가 목숨을 걸고 살인범을 찾아야 했다면, 그동안 국가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미리엄 로드리게스는 단순히 용감한 어머니가 아니라, 정의가 사라진 자리에서 끝까지 정의를 요구했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