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 한마디에 척척…젠슨 황 무대 장악한 오리 로봇 4마리
399달러 작은 몸에 담긴 AI 혁명…이젠 화면 밖으로 걸어 나온다
“자, 너희들 앉아볼래?”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말에 작은 오리 로봇 네 마리가 일제히 움직였다. 뒤뚱뒤뚱 걷다가 자리에 앉고, 앞구르기까지 선보였다. 지난 21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엔비디아 ‘GTC 2026’ 행사에서 펼쳐진 장면이다. 세계 최대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의 무대에 등장한 귀여운 오리 로봇이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마이크로덕(Microduck)’이다. 프랑스 로봇기업 폴렌 로보틱스와 글로벌 AI 플랫폼 기업 허깅페이스가 공동 개발한 소형 로봇이다. 엔비디아가 직접 만든 제품은 아니지만, 젠슨 황이 미래 AI 기술을 보여주는 사례로 소개하면서 주목받았다. 단순한 장난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스스로 움직이는 기술을 연구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설계된 로봇이다.
크기는 높이 25㎝, 무게는 약 800g에 불과하다. 작은 몸체에는 15개의 모터가 들어 있어 두 발로 걷고, 앉고, 방향을 바꾸거나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카메라와 거리 감지 센서도 탑재했다. 특히 앞구르기와 같은 다양한 동작까지 수행할 수 있어 기존의 단순한 장난감 로봇과 차별화된다.
더 놀라운 것은 움직임을 배우는 방식이다. 마이크로덕은 실제 세상에 나오기 전 컴퓨터 속 가상공간에서 걷는 방법을 훈련한다. 엔비디아의 로봇 학습 플랫폼 ‘아이작 랩(Isaac Lab)’ 등을 활용해 수많은 동작을 반복 학습한 뒤 그 결과를 실제 로봇에 적용한다. 사람이 일일이 움직임을 입력하지 않아도 AI 학습을 통해 로봇의 행동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젠슨 황이 이 작은 오리 로봇을 무대에 올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엔비디아가 주목하는 미래 기술은 화면 속에서 질문에 답하는 AI를 넘어 현실에서 직접 움직이고 행동하는 ‘피지컬 AI(Physical AI)’다. 로봇과 자율주행차, 산업용 기계 등이 AI를 활용해 주변 환경을 이해하고 행동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마이크로덕은 이러한 변화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보여준 사례다.
가격도 관심을 끈다. 마이크로덕의 예약판매 가격은 399달러로, 한화 약 50만 원대다. 고가의 산업용 로봇과 달리 일반 개발자와 학생들도 로봇 AI를 실험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소프트웨어도 오픈소스로 공개돼 사용자가 직접 새로운 동작을 학습시키거나 기능을 개선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주문이 몰리며 배송을 기다려야 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첫 배송은 북미와 유럽 등을 중심으로 올해 말까지 진행하는 것이 목표다.
작은 오리 네 마리가 보여준 움직임은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AI 산업의 미래를 상징한다. 지금까지 AI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기술이었다면, 앞으로는 현실 공간에서 걷고 움직이며 사람을 돕는 기술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젠슨 황이 세계적인 기술 행사에서 선보인 것은 귀여운 오리 로봇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분명하다. AI가 화면 밖으로 나와 현실 세계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