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마라톤 참가 中 인플루언서, 자전거 동승 인정…후원 계약 종료
개인 최고 기록을 자랑했던 중국의 운동 인플루언서가 마라톤 도중 자전거를 탄 사실이 드러나 후원 계약을 잃었다. 당사자인 쑨위안위안은 경기 중 규정을 어겼으며, 이후 자신의 기록을 소개하면서 이 사실을 숨겼다고 인정하고 사과했다.

쑨은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레드노트에서 ‘Abeeeer’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약 52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독일에서 열린 베를린 마라톤에 참가한 그는 4시간 53분 46초 만에 결승선을 통과한 뒤, SNS에 대회 사진을 올리며 자신의 개인 최고 기록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경기 후 공개된 사진이 그의 주장에 의문을 던졌다. 달리기 기록의 부정행위를 추적하는 인스타그램 계정 OMTIU는 쑨이 약 38㎞ 지점에서 다른 사람이 모는 자전거 뒷자리에 앉아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완주 성과를 알렸던 게시물과 달리, 코스 일부를 자전거에 의지해 이동한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함께 공개된 구간별 기록에서도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났다. 쑨은 30∼35㎞ 구간을 통과하는 데 36분 51초가 걸렸지만, 이어진 35∼40㎞ 구간에서는 30분 49초로 시간을 6분 2초 줄였다. 자전거를 탄 모습이 찍힌 지점은 바로 이 구간에 포함된다. 다만 공개된 사진과 기록만으로 자전거를 타고 이동한 정확한 거리가 확인된 것은 아니다.
쑨은 지난 3일 SNS에 올린 사과문에서 당시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더라도 규정 위반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경기 후 경험과 기록을 공유하면서 자전거 탑승 사실을 의도적으로 숨겼다는 점도 인정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행동이 공정한 경쟁과 마라톤 정신을 존중하지 못한 것이었다며 사과했다.
후원사인 러닝화 브랜드 브룩스 차이나는 지난 4일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쑨과의 협업을 종료했다고 발표했다. 회사는 완주 기록과 쑨이 제공한 사진·영상 등은 확인했지만, 구간별 기록을 포함한 전체 참가 과정을 충분히 검토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체 확인 절차가 부족했다며 사과하고, 향후 협업 대상에 대한 평가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대회 성적도 실격 처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 매체 RND는 8일 쑨의 성적이 베를린 마라톤 공식 결과표에서 실격을 뜻하는 ‘DSQ’로 표시됐다고 보도했다. 개인 최고 기록으로 홍보했던 4시간 53분 46초가 공식 완주 기록으로는 인정되지 않게 된 것이다.
■ 기자 한줄
이번 사건은 기록 조작을 넘어 인플루언서의 신뢰와 후원사의 검증 부실까지 드러낸 사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