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교제폭력 신고한 40대 숨져…60대 남성 긴급체포
스마트워치 착용했지만 긴급신고 못 해…접근금지 조치도 없었다
제주에서 스토킹과 교제폭력 피해를 신고해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40대 여성이 살해됐다. 피해자는 사건 당시에도 경찰이 지급한 스마트워치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이를 통한 긴급신고는 이뤄지지 않았다. 반복된 신고와 보호조치에도 피해자의 죽음을 막지 못하면서 신변보호 제도의 실효성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제주서부경찰서는 살인 혐의로 60대 남성 A씨를 긴급체포했다고 12일 밝혔다. A씨는 이날 오전 1시 38분께 제주시 연동의 한 호텔 앞에서 40대 여성 B씨를 흉기로 공격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범행 후 달아났던 A씨는 약 3시간 30분 뒤인 오전 5시 8분께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B씨와 헤어진 연인 사이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지난해 10월 A씨의 스토킹 행위를 신고했으며, 올해 5월에도 교제폭력과 관련해 여러 차례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보복 피해를 우려해 지난 9월 16일 B씨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하고, 112 신고 시스템에 안전조치 대상자로 등록했다. 이 장치는 긴급 버튼을 누르면 경찰에 신고가 접수되고 위치 정보가 전달된다. 그러나 사건 당시에는 스마트워치를 통한 신고가 없었고, 현장을 목격한 행인들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B씨가 갑작스러운 공격으로 버튼을 누르지 못했을 가능성을 보고 있다.
A씨에 대한 접근금지 조치는 내려져 있지 않았다. 경찰은 이전 신고 당시 B씨가 정식 사건 처리를 원하지 않아 사건 접수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스토킹범죄는 2023년 7월 법 개정으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더라도 처벌할 수 있다.
경찰은 과거 신고가 어떻게 처리됐는지와 피해자 보호조치가 적절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A씨를 상대로 범행 동기와 사전 계획 여부 등도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구체적인 신고 이력과 당시 대응 내용은 추가 확인이 필요한 상태다.
신변보호는 피해자가 신고 버튼을 누를 수 없는 상황까지 대비해야 한다. 반복 신고에서 드러난 위험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가해자의 접근을 막는 조치와 긴급 대응이 함께 작동하도록 보호체계를 점검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