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군력 공백과 한국의 생산력이 만났다…북한 억제·대중국 해양전략 사이 커지는 조선동맹
1. 정상회담 핵심
9월 23일 한국시간으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의 핵심은 새 군함 건조 계약 체결이 아니라 기존 대미투자와 조선·핵추진잠수함·전시작전통제권 협력의 후속 이행을 재확인한 데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뉴욕에서 약 30분간 회담하고 핵추진잠수함 연료, 우라늄 농축·재처리, 조선 협력 등의 후속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다만 이번 회담에서 미 해군 전투함의 함종·척수·계약금액·인도시기 등을 확정했다는 공식 발표는 없어, 한국이 미 군함 건조를 수주했다고 보기는 이르다.

2. 1,500억달러 조선협력의 큰 틀
한미 조선협력은 지난해 마련된 대미투자 계획을 토대로 추진되고 있다. 2025년 한미 공동 팩트시트에는 대미 투자 가운데 1,500억달러를 조선 분야에 투입하고, MRO와 인력양성, 조선소 현대화, 공급망 강화는 물론 미국 군용 선박의 생산 확대와 한국 건조 가능성까지 협력 대상으로 제시됐다. 이번 정상회담은 새로운 투자액을 확정하기보다 기존 합의의 이행 진전을 점검한 성격이 강하다.
3. 미 군함 건조의 제도적 문 열려
군함 건조에서 주목할 변화는 미국이 지난 8월 동맹국 조선소를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통로를 열었다는 점이다. 미국 조선소에 투자하는 외국 조선기업이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초기 최대 2척을 본국에서 건조하고 이후 미국에서 생산하는 방식이다. 미 당국은 대잠전·대수상전·선단 호위 능력을 갖춘 새 수상전투함 조달방안도 검토 중이지만, 아직 특정 한국 업체나 함정이 선정된 단계는 아니다.
4. 실제 전투함 계약은 아직
1,500억달러 규모 조선 투자와 개별 군함 건조계약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미 해군은 한국 조선업체들을 대상으로 수상전투함과 군수지원함 건조 역량을 파악하고 있으며, 충남급 호위함 등 한국의 함정 설계·생산 능력에도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 필리조선소에서도 미국 특수목적선 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미 해군의 무장 전투함을 한국 업체가 수주했다는 공식 발표는 아직 없다.

5. 공동설계·기술협력 확대
한미 조선협력은 단순한 선박 건조를 넘어 공동설계와 미 해군 규격 적용, 공급망 구축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화오션과 미국 Leidos는 차세대 수상전투함 개념과 군수수송선 공동설계 등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한국산 미사일·레이더·수직발사체계 등을 미 함정에 적용하기로 했다는 합의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핵추진잠수함 연료와 우라늄 농축·재처리 문제도 별도 후속협상이 필요한 사안이다.
6. 조선협력의 전략적 의미
한미 조선협력은 단순히 미국 군함 몇 척을 한국에 맡기는 차원을 넘어 양국의 해양산업 기반과 공급망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은 자국 조선소의 생산능력 부족과 건조 지연을 해소하고, 한국은 세계적 수준의 조선 역량을 바탕으로 미국 함정시장 진출 기회를 넓힐 수 있다. 다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군함 협력을 공식적으로 ‘중국 견제용’이라고 규정한 것은 아니다.
7. 향후 관건
향후 관건은 제도적으로 열린 협력의 문이 실제 미 해군 전투함 발주로 이어질지 여부다. 미국의 국내 건조 원칙과 의회 입장, 한국 업체의 현지 생산능력, 군사기술 보안과 비용분담 등이 주요 변수로 꼽힌다. 단기적으로는 MRO·지원함과 미국 현지 조선소 확충, 중기적으로는 수상전투함 사업의 정식 발주 여부, 장기적으로는 핵추진잠수함 연료 협상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현재로서는 “한미 군함 공동생산의 제도적 문은 열렸지만, 한국 조선업체의 미 해군 전투함 본계약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정확한 정리다.

